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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의 함수

솔티
2026-06-08
조회수 40


  • (경기대 겸임교수, 교육학 박사)
  • 기고
  • 등록 2026.05.11 23:21:41

[기고] 서울시 민주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의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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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
김대유 경기대 교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교훈

펠로폰네소스 동맹은 스파르타가 BC 6세기부터 4세기까지 유지한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 도시국가들의 군사동맹이다. 한편, 공화정을 통해 시민정치를 구가하던 아테네는 동북부 도시국가들을 모아 델로스 동맹을 결성하였다. 비유하자면 구(舊) 소련 중심의 바르샤바조약기구와 미국 중심의 나토와 비슷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BC 490년과 479년에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페르시아 제국과 전투를 벌였다. 이 전투에서 아테네는 스파르타를 설득, 펠로폰네소스와 델로스 연합군을 편성하여 페르시아를 물리쳤다. 특히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서의 승리는 그리스의 연합을 강화하고 아테네의 세력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테네는 이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위대한 건축물을 세웠다.

그러나 두 동맹체제의 군사적 대립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그리스 내부의 패권 전쟁에서 아테네에게 연속 패배하던 스파르타가 그리스의 숙적 페르시아와 동맹을 맺고 아테네를 공격한 것이다. 마침 아테네는 트럼프의 미국처럼 오랜 기간 전쟁 승리에 도취하여 동맹국들을 소흘히 하였고, 그로 말미암아 고립되고 있었다. 그리스 최대의 적국인 페르시아의 도움으로 해군을 보강한 스파르타가 아테네를 함락시켰다. 아테네 해군이 아이고스포타미에서 페르시아의 도움을 받은 스파르타 해군에 의해 참패를 당한 것이다. 이듬해 아테네는 스파르타군의 봉쇄를 뚫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조건부로 항복했다. 이로써 문화적으로 가장 진보한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는 마침내 쇠퇴하기 시작했다.

연합하면 이기고 고립되면 진다

그렇지만 언제나 이긴 쪽이 방심하게 마련인가? 전쟁에 승리했지만, 문화적으로 열세였고 잔인한 정복 국가인 스파르타는 승자이면서 오히려 아테네에게 문화적으로 복속되었다. 스파르타의 귀족들은 아테네의 미인들 속에서 총기를 잃었고, 병사들은 부자가 되려는 돈의 욕망에 휩쓸려 자신들의 창칼이 무뎌지는 것을 잊었다. 차츰 스파르타는 역사에 ‘스파르타’라는 이름만 남기고 저절로 소멸하였다. 이후 그리스는 BC 336년에 왕위에 오른 알렉산더에 의해 통일되어 헬레니즘 문화 속으로 증발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세계 전쟁사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형성하였다.

“연합하면 이기고 연합이 깨지면 진다.”

지금도 미군 장교들은 한미 연합사에서 한국군 장교들에게 한미 연합작전의 중요성을 얘기할 때마다 사관학교에서 가장 비중있게 배웠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인용한다. 그리스 최대의 강국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연대를 강화했을 때 각자 승리를 거머쥐었다. 최대의 적국 페르시아의 압도적인 군사력조차 연합군의 힘으로 무력화시켰다. 역으로 그리스 내부 전쟁에서 가장 강자였던 아테네 해군은, 당나라를 끌어들인 신라군처럼 적국 페르시아와 ‘배신의 연합’을 이룬 약체의 스파르타 해군에게 참패당했다. 그로써 아테네의 국운은 다했다.

날마다 기름띠가 바다를 적시는 참혹한 이란 전쟁에서 세계 최대의 군사 강국인 미국은 현재 패배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일부 한국군만 참전시킨 채 고립된 전쟁을 하다가 패배한 과거 베트남 전쟁을 교훈 삼아, 이후 연합작전의 중요성을 키웠다. 동맹국들을 대거 참전시킨 이라크 전쟁은 19일(2003.3.20.~4.9) 만에 미국 중심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지금의 중동전쟁은 미국의 자만과 오판이 불러일으킨 자업자득이자, 동시에 미국의 전 세계 동맹국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힌 자살골이었다. 동맹을 소흘히 한 아테네의 패배처럼 미국은 이 전쟁 이후 국제적 신뢰를 잃고 차츰 몰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제 낯설지가 않다.


특히 서울의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를 뽑는 경선 과정의 문제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불러오고 싶은 이유는 간명하다. 서울의 사례는 이후 민주진보 교육운동의 주요한 세력인 전교조 등 진보 교육단체가 벌이는 교육운동의 약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 경선 승복이 당락의 관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전국 민주진보교육감 공동공약 발표회(5월 12일)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주최 측에 의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성훈 교육감이 지난 4월 30일 열린 인천시 민주진보교육감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호남지역은 민주진보단일 후보로 뽑힌 후보에게 현직 교육감이 패배한 적도 있다. 진보 후보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들은 대체로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진보진영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 후보에게 표심을 나타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진보 진영의 단일후보 추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 오른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진보 교육감 당선 티켓은 단일화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2026년 지방선거의 서울시 교육감 경선은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양쪽 진영 모두 유례없는 복잡성을 지니며 핵분열을 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는 어디든 상대방 진영의 단일화 실패가 자기 진영의 당선을 보장하는 캐스팅보드로 작용하였다. 과거 조희연, 정근식 교육감은 내부에서 분열한 보수들과 달리 진보진영 단일화에서 진보단일 후보로 선출되어 당선에 성공하였다. 교육계의 진보진영은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교육감직 쟁탈 전쟁’에서 연합군을 편성하여 공략하였고, 승리는 반복되었다.

그러나 올해의 선거는 그 공식이 어느새 깨질지도 모른다. 보수의 단일화 기구인 ‘좋은교육감후보추대시민회의’에서는 여론조사 등을 통해 윤호상을 단일후보로 선정하였지만, 류수노 후보가 여론조사 하자를 명분으로 하여 독자 출마를 선언하였고, 여기에 김영배, 조전혁 후보가 출전장을 내밀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 장관 황우여를 비롯한 인사들이 제2차 추대위를 가동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보수단일후보 선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같은 형편은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다. 민주진보단일후보 추진위에서 정근식 교육감이 선거인단 과반을 넘겨 단일후보로 추대되었지만, 그 과정의 경선 관리 부실과 부정선거 시비로 인해 파행을 겪었다. 그 결과 전교조 세력을 배경으로 한 한만중 후보(전 조희연 교육감 비서실장, 전교조 부위원장)는 불복 선언 후 선거 완주를 선언하였다. 선거인단에 최다 득표를 장담했던 강신만 후보(전 조희연 교육감 혁신미래교육추진위위원장, 전교조 부위원장)는 경선 과정의 법적 다툼까지 하였으나 출마를 접었다. 그렇지만 진보를 표방한 한만중과 홍제남 후보(전 서울시 교장) 등은 선거 완주를 장담하고 있다.

경선에 불복하는 후보의 입장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경선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경선 결과의 불복은 충격을 던져주는 문제이다. 처음에 강신만, 강민정, 한만중, 홍제남 후보가 공개토론이나 간담회 등을 통해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고 견해를 다툴 때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은 그 자체로 전교조 출신들이 똘똘 뭉쳐서 ‘전교조 출신 단일 후보’를 별도로 탄생시켜서 정근식 현 교육감과 대립각을 세울 줄 알았다(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각자 경선에 도전했다. 연합군을 편성하여 도전해도 현직 교육감을 뛰어넘기 힘든 상황에서 그들 모두는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다. 패배는 이미 노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참으며’ 경선을 응원했던 지지자들에게 그분들이 안겨 준 것은 경선불복 카드였다. .

전시작전통제권과 교육감 선거제도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보수 쪽이 아니다. 보수가 단일화가 된 적이 드문 반면 진보는 단일화에 실패한 적이 없다. 좀 더 선거일 직전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 진보의 단일화는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 면에서 강신만 후보의 출마 포기는 정근식 후보에게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한만중 후보, 홍제남 후보의 본선 진출은 전교조, 혹은 전교조 출신들이 주요한 포스트로 배치된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의 입지를 매우 좁히게 될 것이다. 이는 본선의 선거 동력을 현저히 떨어트리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당연히 정근식 후보 측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제2차 진보진영의 단일화를 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진보진영의 단일화 실패로 서울시교육감 당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후폭풍은 유례없이 거셀 것이다. 단순히 단독 출마 후보자나 추진위를 비난하는 범위를 떠나 전교조와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거나, 아니면 그 모두가 조용히 소멸될 멸절(滅絶)의 위기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테네처럼 말이다.

민주주의 시대에 보수든 진보든 개인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거나 함부로 판단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승리를 목표로 하는 선거진영에서 단일화는 가장 큰 당락의 문제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각 진영에서 마음을 열고 어떻게든 연합군을 편성하여 단일대오를 만드는 일에 목을 매는 것 또한 비난할 일은 아니다. 어쨌든 시대의 유행처럼 번지는 경선 불복의 딜레마는 6.3 지방선거 이후 교육감 선거제도에 대한 원천적인 검토와 제도 개선의 불씨로 확장될 것이 틀림이 없다.

사실 지금의 교육감 선거제도는 개편할 때가 되었다. 2007년 교육감 선거제도를 학교운영위원 간선제에서 주민직선제로 바꿀 때, 전교조와 교총의 교육 후보들은 교육자치를 훼손한다며 사이좋게 단합하여 극렬히 반대했다. 이후 개편된 교육감 선거제도에서 경선이 유행하며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반대하던 전교조 후보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거 싹 다 무시하고 경선에 불참하거나 불복하는 것이 정당한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 

6.25 전쟁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자진해서 한국군의 평·전시작전권을 미군에게 넘겼다. 이승만이 맥아더에게 넘겨서 유엔의 승인까지 받았다. 당나라를 끌어들여 나당 연합군을 편성,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조차 당나라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기지는 않았다. 이승만의 추태는 세계 역사상 현대전에서 자국의 군대 작전권을 외국 군대에게 넘긴 최초의 사례다. 이 중 김영삼 문민정부에서 겨우 평시 작전권만을 되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군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군과 전시작전권 이양을 합의했으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가 유보하였다.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기를 쓰고 전시작전권을 되찾으려는 것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려서’가 아니다. ‘그때도 틀렸으나 지금까지 틀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중동전쟁의 여파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회복은 민족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미군의 전쟁에 휘말려 나라가 결딴나지 않으려면 전시작전통제권은 반드시 되찾아야 할 제2의 광복의 문제가 되었다.

전시작전통제권은 과거의 문제이지만 교육감 선거제는 미래의 문제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문제가 드러났으면 고쳐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감 선거제도는 임명제에서 간선제로 그리고 주민직선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번 경선 운영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제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교원의 정당 가입이 모색되는 교원 정치활동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정당에 가입한 교사들이 비정당 출신 교육감을 뽑는 일은 골동품을 고르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교육감 후보가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의 경선이나 공천을 받도록 ‘시대에 걸맞은 경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상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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