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육포럼 소개 - 한국건강과성연구소

공지사항


보건교육포럼 소개 - 한국건강과성연구소

공지사항

우리는 왜 성폭력예방교육을 받게되었나

솔티
2026-06-08
조회수 56


  • 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교육학 박사)
  • 기획
  • 등록 2026.01.26 07:00:00

[성폭력예방교육의 인문학적 성찰] ①우리는 왜 성폭력예방교육을 받게 되었나


본지에 다양한 분야의 평론을 연재하는 김대유 교수가 이번에는 ‘성폭력 예방 교육의 인문학적 성찰’을 주제로 연재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제정 이후 2023년까지 9년간 약 1만 명의 유·초·중·고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자로 기록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교직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다. 이에 독자들과 함께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모습. (사진=YTN 캡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모습. (사진=YTN 캡처)

미녀와 야수

미국의 뉴욕, 유명인들이 투숙하는 고급호텔 ‘소피텔 스위트룸 2806호’에서 한 여성이 울면서 뛰쳐나왔다. “남자가 내 몸에 손을 댔어요”. 가해자로 신고된 남자는 재빨리 공항으로 도망갔다. 경찰은 이륙 10분 전 파리행 여객기의 1등석에서 그를 체포하여 끌어내렸다. 성폭력 피해자는 호텔에 직원으로 근무하는 흑인 여성이었다(출처, 지식채널-e).

가해자는 누구일까? 습관성 성폭력 혐의자였다. 전력이 화려하다. 프리랜서 여성작가 성폭행 미수(2003), IMF 여직원 성희롱(2008), 성매매 파티 연루(2010~2011) 등등. 마침내 2011년 5월 호텔 여직원 성폭행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 그이, 당시 프랑스의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IMF(국제통화기금) 총재인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이었다. 이름으로 짐작하건대 신앙심도 두터운 신자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무죄입니다.”

그는 법정에서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소피텔 호텔의 동료들은 법원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며 외쳤다.

“그는 유죄입니다.”

프랑스에서도 시민들과 여성단체들이 그의 처벌을 요구하며 큰 폭의 시위를 형성했다. 성차별, 성폭행, 성범죄 반대가 적힌 플래카드가 파리 시내에 펄럭였다. 뉴욕과 파리에서의 시위는 물론 세계의 언론들이 스트로스 칸의 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재판은 3개월 만에 공소기각으로 막을 내렸다. 프랑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2013년 2월. 스트로스 칸을 반인반돈(half man half pig)으로 묘사한 소설 「미녀와 야수」가 출간되었다. 스트로스 칸은 IMF와 대선 가도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2년 후 프랑스는 정부 부처의 38명 장관에게 성차별 금지 교육을 시켰고, 교육은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나아가 피해자 보호에 형식적인 성폭력 민사법을 폐지하고 특별법 형식의 형법으로 전환했다.

대한민국 역시 국제적 조류에 따라 2013년 6월부터 교원 및 공무원들에게 성폭력 예방 의무 연수를 시작했다. 2026년 현재, 성폭력 예방 연수는 성희롱과 성매매, 아동학대, 장애인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2013년 당시 국제 성평등지수에서 프랑스는 조사 대상 135개국 중 57위, 한국은 108위를 기록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4년 지수에서는 한국은 전체 조사 대상 146개국 가운데 94위를 기록했다. 남녀 완전 평등을 100%로 했을 때 한국의 남녀평등 지수는 69.6%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순위는 2023년의 105위(68.0%)에서 11계단 상승했다고 호평했다. 많이 오른 건지? 수학에 젬병인 나는 모르겠다.

절대로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교직원들이 해마다 고역(?)을 치르며 3~4시간씩 성폭력 관련 연수를 받아야 하는 것이 꼭 스트로스 칸 1명 때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칸의 사건이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 와서 딱히 그를 원망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 역시 대학에서 근무하는 내내 비슷한 내용의 연수를 해마다 반복해서 받는다. 하필이면 남성인 칸을 떠올리면 같은 남성으로서 더 화나는 일이다. 화를 내는 것이 무용(無用)한 일이지만 말이다.

(사진=티처빌)
(사진=티처빌)

성교육을 둘러싼, 더러운 이권 추구

사실 성폭력 연수를 비롯하여 수많은 예방 교육은 진보적 사회 운동단체들의 노력에 힘입어 수립된 제도이다. 88 올림픽 이후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며 민주화가 도래한 시점에서 《한국 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지금의 민주노총 등 노조들보다 훨씬 앞서서 사회개조의 무브먼트(movement)를 전개했다. 그 핵심은 호주제 폐지와 성평등 실현이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쉼터 설치, 성폭력 관련법 제정 운동 등 일일이 그들의 손을 거쳐 입법화되었다. 정부를 향해 호소하고 거리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한푼 두푼 모아 라디오 홍보 방송 켐페인을 전개한 덕분에 한국은 겨우 선진국형 성평등 제도를 구성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026년 현재, 순수하고 뜨거운 운동의 세월을 뒤로 하고 한국은 성정체성 투쟁의 혼돈기를 맞이하고 있다. 남성의 성폭력을 비판하는 미투운동이 가열되었고, 이대남으로 불리는 남자 청년들의 여성혐오 흐름도 역겹게 전개되었다. 극우 이념을 앞세운 일부 극렬 종교단체와 태극기 부대는 성교육이 ‘돈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이 부분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전략은 ‘성정체성 비난하기’와 ‘자기들 방식의 성교육 추구’, 두 개의 축으로 나타났다. 한번 살펴보자.

첫째, 제도권의 성교육을 부정하고 비난하며 폐지를 요구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2022국가교육과정으로 성교육 단원을 배정한 도덕과의 공청회장에 수백 명의 기독교 성향 태극기 부대를 투입하여 점거하고 파행시켰다. 대단원으로 성교육 단원을 가르치는 보건과의 공청회장(필자가 사회자)을 습격했다가 점거에 실패하자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여 언론의 비판에 직면하였다(2022.10. 교육플러스, 오마이뉴스, EBS,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외). 그 밖에도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을 섭외하여 교육부 국정감사의 교육상임위원회에서 ‘교과서들이 동성애를 조장한다’ 등 거짓말과 조작 및 왜곡하는 발언을 하다가 동료 의원들에 의해 허위 사실이 폭로되는 등 부끄러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도대체 이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둘째, 자기들 방식의 성교육을 하겠다면서 순결교육 등을 강조한다.

제도권에게 “성교육을 아예 하지 말라”는 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해서 ‘성교육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성교육자가 되어 순결교육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결혼할 때까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죄의식을 심어주는가 하면, ‘남녀들이 함께 여행하면 안 된다’는 식의 중세 종교교육까지 들이밀었다. 이에 대해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돈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내용이 있다. 논문에서 그들은 학교 성교육을 폐지하고 전국의 정부위탁 ‘청소년 성교육센터’를 자신들이 차지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육을 하고 싶은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였다. 결국 이권이 문제인가.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연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갈피를 잡아야 할 단계에 놓여있다.

(사진=중앙교육연수원)
(사진=중앙교육연수원)

누구나 범인이 될 수 있다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연수는 왜 하는가?

“종교와 관습이 현재의 성폭력 관련법(제도) 등과 빚어내는 갈등 해소”(헌법 20조)

“성인 혹은 청소년의 성적행동 때문에 초래할 수 있는 문제 예방”

“성폭력 대처와 예방 및 사랑의 문제에 대한 길라잡이”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의 목적은 명징하다. 학생, 교사, 학교장, 학부모, 정부의 협력과 문제해결 능력의 고찰이다. 성은 인류의 멸절을 방지하기 위한 자연의 선물이다. 성평등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누구나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성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법령의 권리를 갖게 되었다. 남녀가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평등을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든 꼭 스트로스 칸 같은 무뢰한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성폭력을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이웃으로 함께 동반하면서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의 의의가 그렇다.

인류는 프랑스 혁명 등을 통해 중세기의 제정(帝政)과 전체주의의 억압에서 탈출했다. 근대에 이르러 긴 시간을 들여 자유와 민주주의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디지털 AI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의미의 전체주의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정치적 이념으로 국민을 억압하지 않더라도 AI 시스템은 잠도 안 자고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 낯설고 무서운 전체주의의 등장이다. 딥페이크 등 그로 인한 성폭력 피해도 여러 가지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의 영역이 변화의 시대를 맞이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인문학적 소양이 고갈되면, 그 자리에 성장동기(growth motivation) 대신 결핍동기(deficiency motivation)가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사랑을 배신당하거나 배신하면, 혹은 빼앗거나 지배하려고 하면, 결핍이 팽창하여 질투와 증오의 화신이 된다. 결핍동기를 키우거나 방치하면 누구나 성폭력 범인이 될 수 있다. 결핍되지 않으려면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려면 사랑해야 한다. 결국 돌고 돌아 성은 사랑의 문제로 귀착되는가.

☞ 다음 호는 ‘에로스(Eros)와 마니아(Mania)’입니다.

김대유 서영대 외래교수
김대유 경기대 겸임교수

글쓴이 김대유는 현재 경기대 겸임교수(교육학 박사), 한국건강과성연구소 소장, 서울시교육청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과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0 0


후원계좌

354-01-029967  농협은행

예금주 사)보건교육포럼

ADD. 03174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8길 24, 오피스텔 1014호 (옛주소 : 110-871 서울특별시 종로구 내수동 71 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 2단지 1014호)

E-MAIL. teenhealth@hanmail.net

TEL. 02-723-7274

FAX. 02-723-7275

Copyright ⓒ 2022 (사)보건교육포럼  All rights reserved.

ADD 03174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8길 24, 오피스텔 1014호

(옛주소 : 110-871 서울특별시 종로구 내수동 71 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 2단지 1014호)

E-MAIL teenhealth@hanmail.net    l    TEL 02-723-7274    l    FAX 02-723-7275

후원계좌

354-01-029967  농협은행

예금주 사)보건교육포럼

           


Copyright ⓒ 2022 (사)보건교육포럼  All rights reserved.